[추천][집행자]살아있는걸 어떻게 죽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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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자
감독 최진호 (2009 / 한국)
출연 조재현, 윤계상, 박인환, 차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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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교차상영으로 관람시간도 애매하고, 보고나면 기분도 무거워지지만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고민거리를 남겨주는 영화

"이런 영화 제일 싫어. 괜히 동정심 유발해서 사형제도 반대하게 만들려는 거잖아."
소재가 흥미로워 기대되고 보고 싶댔더니 누군가 내게 그랬다.
그 친구의 말처럼 동정심만 불러 일으켰더라면 이렇게 머리가 복잡하진 않을텐데, 영화를 보고 하루가 지난 지금도 머리가 혼란스럽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감독의 의도라면 어느정도 이해될 듯 싶지만 말이다.

영화는 절대 동정심을 유발시켜 사형제도를 반대하게끔 유도하지 않는다.
관객이 중립적인 시각에서 판단할 수 있게끔 양립적인 장치들이 존재한다.

1. 죄를 뉘위치며 살아가는 늙은 사형수 성환 vs 죄의식이 전혀 없는 잔혹한 살인마 장용두

기본적으로 나는 사형제도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법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 목숨을 판단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 누군가의 실수 등으로 인해 사형제도라는 틀 속에 억울하게 목숨을 빼앗긴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늙은 사형수 성환을 볼 때도 내 입장은 일관됐다. 성환과 정을 쌓아온 김교위가 사형집행 전 날 "그 놈 여기서 20년을 살았어. 이제 손에 칼을 쥐어줘도 누구하나 찌를 수 없는 놈이야. 근데 그런 놈을 꼭 이렇게 죽여야 되니?" 라고 울부짓을때도 충분히 공감했었다. 그러나 잔혹한 살인마 장용두를 접할 땐 화딱지가 치밀어 올랐다. 끔찍한 범행을 저질러 놓고도 반성은 커녕 죽는 그 순간까지도 세상을 조롱하고, 비웃던 그에게도 과연 인격이라는게 있을까? 이런 '나쁜놈'을 국민들의 혈세로 보호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을까? 이런 생각에 점점 머리가 복잡해져갔다.

2. "죽이는게 아니고 법을 집행하는 겁니다" vs "살아있는걸 어떻게 죽이니?"    

"살아있는걸 어떻게 죽이니?" 낙태를 고민하던 후배에게 종호가 던진 대사를 듣는 순간 얼어버렸다.
재소자는 사람 취급도 안 하며, 사형은 법을 집행하는 것이지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라고 외치던 그가 아니였던가.
낙태도, 사형도 결국 살아있는 사람의 목숨을 강제로 끊게 만든다는 점에선 동일하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나는 사형제도는 반대했지만 낙태에 대해선 조건부 지지를 해왔다. 키울 수 있는 형편도 못되면서 낳기만 하고 방치한다면 태어나지 않는것만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모순된 생각이 또 있을까?
법이라는 것이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사형제도를 반대한다고 해놓고, 사람의 판단이야 말로 너무나 주관적인 것인데 그 판단으로 인한 낙태는 조건부 지지를 했으니 말이다.

영화는 결국 내게 풀기 어려운 숙제 하나를 남겨준 채 막을 내렸다.
내 사고의 모순점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하나로 정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며 가장 이상적인 것은 무엇일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집행자"는 한번쯤 보고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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